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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이야기

채소값 폭등 사태 속 빛을 발하는 한살림 물품나눔 원칙


시중 채소 가격 폭등과 품귀현상으로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 먹을거리살림이 말이 아닙니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아시다시피 바로 배추. 한국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김치인데 배추를 비롯한 김장채소 가격이 치솟아 김장김치를 담글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상황에 놓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쌀 다음으로 밥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김치이고 가장 널리 먹는 것이 배추김치이니 배추는 제2의 주식이나 다름없습니다. 상황을 보다 못한 일부 지자체에서 배추를 반값에 시장에 내놓자 배추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수 시간씩 줄을 서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언론에 인터뷰를 한 한 시민은 4시간 넘게 배추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진다고 심경을 고백했습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근시안적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 이번 배추파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배추가격 폭등의 원인을 전문가들은 이상기후, 경지면적 감소, 유통구조의 문제 등에서 찾고 있습니다. 한살림은 오랫동안 생명농업운동을 함께 해온 생산지에서 생산하고, 한살림을 중간다리로 하여 소비자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경지면적 감소, 유통구조의 문제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전 지구적인 이상기후로부터는 한살림 생산지도 자유로울 수 없는데 봄철 한파, 여름철 고온, 태풍 곤파스, 잦은 비 등이 채소의 작황을 나쁘게 했습니다. 인위적인 가온, 성장촉진제, 비료, 제초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농사짓는 한살림 생산지는 오히려 더 예측할 수 없게 변화한 기후에 속수무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살림에서는 8월 9일부터 김장채소의 주문접수를 시작했으나 이례적으로 가을비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산지별 정식(모종 옮겨심기) 진척도를 확인한 결과 작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17만6천포기 정도가 접수된 시점에서 부득이 서둘러 주문 종료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09년 23만포기 공급). 그리고 10월 4일 9시부터 주문을 재개했으나 아시다시피 10분도 채 되지 않아 종료되었습니다. 요즈음 같은 채소 품귀시대에 한살림의 ‘생산자ㆍ소비자 간 신뢰에 근거한 안정적인 가격정책’에 대해 조명하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는 등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모아진 상황이었기에 김장채소 주문폭주는 애초부터 예상되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 배추 생산지에서 만난 보령의 한 생산자는 “올해 날씨는 너무 한다”며 한숨을 짓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무사히 정식을 마쳤지만, 모종을 심으려고 트랙터로 밭을 로터리치기 하고 점심식사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면 비가 오고, 또 며칠 있다 같은 상황의 반복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배추뿌리에 생기는 혹으로 영양분을 빨아들이지 못해 모종이 자라지 못하고 말라죽는 뿌리혹병까지. 또 다른 산지에서는 밭이 낮은 산 가까이 있는 탓에 야생동물이 배추를 뜯어먹는 일까지 겪으니 속은 쓰리지만 한편으로는 “걔네들은 농사도 안 짓는데 같이 먹고 살아야지.”하는 마음도 든답니다.

시작부터 함께 한 이런저런 어려움 속에서도 생산지에서는 자식을 돌보는 정성된 마음으로 김장배추와 채소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가을 낮의 햇살이 풍요롭게 내리쬐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랄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래봅니다. 그리고 이런 때야말로, 욕심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땅을 일구는 생산지를 돌아보고 채소 등 부족한 먹을거리를 이웃과 나누며 진정으로 ‘한살림’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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